[일상스케치] 코딩의 시대, 배움의 방식

올초 넥슨이 전직원 연봉을 일괄 인상하면서 인재 전쟁의 서막을 알렸다. 이후 각종 거의 모든 소위 잘나간다는 게임 업체들이 연봉 인상 러시에 동참하면서 코딩의 시대가 절정을 향해 가고 있음을 느끼게 해줬다. 그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페북에는 게임회사 직원을 대상으로 과외 선생님을 모신다는 광고가 연신 팝업된다.

일자리가 없어서 난리인 시대에 아이러니하게도 주변에서는 개발자를 못 구해서 난리다. 김국현님의 자바 두명 타세요를 보면서 암울한 미래를 예견했던 우리 세대에게 지금의 현실은 다소 생경하기도 하다. 어쨌든 이런 모든 혼란스러움을 뒤로 하고 현재를 정의한다면 프로그래머 전성 시대다. 직무를 불문하고 삼성전자의 입사 시험 과목으로 파이썬이 들어갔다니 두말하면 입아픈 것 같기도 하다.

그런만큼 요즘 사람들은 꿀 떨어지는 이 분야에 관심이 많다. 자연스레 그에 관한 비전공자들의 여러가지 질문을 받는다. 클래스101 이거 들으면 코딩할 수 있어? 유튜브 이거 보면 나도 프로그래머로 취직할 수 있을까? 거의 대부분 어디서 무엇으로 어떻게 공부하면 프로그래머가 된다거나 코딩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그래서 주변을 둘러보며 이미 프로그래머가 된 다른 이들은 어떻게 배웠는지를 한 번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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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는 게임 테스트 아르바이트로 입사했다. 테스트 아르바이트라는 것이 대체로 그러하듯 컴퓨터로 게임을 할 줄 알면 입사 요건이 충족된다. 내가 알기로 A는 이쪽 전공이 아니고 교육을 받은 적도 없다. A가 코딩을 공부한 건 유튜브와 블로그였다. 테스트를 하면서 코딩 유튜브를 틀어놓고 보면서 공부를 했고, 그런 장면이 내부 툴 개발자 B의 눈에 띄었다. B는 A와 같이 개발을 해보고 싶다는 얘기를 했고, 내가 잃을 거라곤 깃헙 슬롯 비용 밖에는 없을것 같아서 그러라고 했다. 그렇게 A는 깃헙 권한을 획득했다.

최근에 A의 작업과 관련한 얘기들이 나와서 그가 커밋한 코드를 몇개 보았다. 유튜브로 공부한 거라고 생각하기에는 제법 필요한 코드를 필요한 장소에 올렸다. 물론 전공자가 아니라서 전공자도 어려워하는 스레딩 같은 것들과 관련해 잘못 이해하는 부분도 있는듯 보였지만 우리끼리 사용하는 내부 툴이라 크게 중요하진 않아 보였다. 어쨌든 A가 퇴근 후에도 얼마나 많은 시간을 공부에 할애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르바이트로 근무하면서 유튜브와 블로그로 코딩을 공부해서 실무에 써먹을 수준이 되었다는 건 제법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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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는 A가 개발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B의 후임이다. B는 병특이 끝나고 게임을 개발하고 싶다고 퇴사를 했다. 그래서 그의 후임을 뽑게 됐다. 병특이 가능해 제법 여러 친구를 면접 봤다. 걔중에는 소위 스카이 대학에 재학중인 친구도 두명 정도 있었다. 하지만 최종 합격한 친구는 다소 이 분야와는 인연이 없을 것 같은 이력의 C다.

C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다양한 일을 했다. 그의 이력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롯데리아 매니저였다. 어쨌든 그렇게 이일저일 하다가 그는 최근에 개발 관련 일자리가 많다는 걸 알고 국비 지원 자바 교육 과정을 5개월 이수했다. 그리고 지원한게 우리 회사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배운건 자바였지만 그가 지원한 포지션은 C#과 파이썬을 사용하는 자리였다. 파이썬은 면접 보기 전에 조금 공부했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는 그 면접을 진행한 모든 사람을 통틀어 면접 문제를 다 푼 2명에 포함됐고 롯데리아 경력을 높게 평가받아 채용됐다.

C는 국비 지원 과정을 하기 전에 컴퓨터 관련 교육을 받은 적도 혼자 공부한 적도 없다고 했다. 물론 교육 과정 동안은 정말 치열하게 공부했다고 한다. 예전엔 사실 정부에서 웹프로그래머 일만명 키운다고 국비 교육 과정 만들고 할때에는 회의적인 생각이 많았지만 C를 보면서 생각이 좀 바뀌었다. 교육의 영향력과 밀도는 모두에게 다를 수 있고 기회가 제공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자바를 5개월 동안 공부했던 그는 선생님에게 하나를 잘 하면 다른 거도 금방 배운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틀린 말이 아니다. 어쨌든 좋은 선생님에게 배워서 그런지 그는 오늘도 C#으로 내부 툴을 고치고 업그레이드 한다. C는 어리다. 그래서 스펀지처럼 많은 것들을 흡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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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는 한국이 아닌 다른 아시아 국가 출신이다. 그는 고등학교를 중퇴했다. 대신 그 기간동안 독학으로 프로그래밍, 리버싱 등에 관한 공부를 했다고 한다. 그가 회사로 보낸 건 간단한 이력서와 깃헙, 블로그 링크였다. 그의 깃헙 링크는 그가 얼마나 훌륭한 코드를 쓸 수 있는지를 보여 주었고, 블로그는 그가 체계적인 글을 쓰는 능력이 있다는 걸 증명할만큼 충분했다. 그렇게 그의 기술 면접은 바이패스 됐다. 3년 정도 독학으로 공부했다는 그에게 특별한 공부 방법이 있었냐고 물어보자 그저 관심이 있어서 빨리 배울 수 있었다고 했다.

학부 시절 친한 후배에게서 정말 강려크한 인상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 후배의 레드블랙 트리를 카피하던 순간이었다. 카피하다 말고 너무 잘 작성된 소스 코드 앞에서 눈물을 훔쳤다. 오프로 아는 다른 이의 코드를 보고 울었던 적은 그때가 처음이었고, 그 다음으로도 없었다. 그런 그가 공동 창업한 회사는 올해 카카오 모빌리티에 인수됐다. 오늘 E가 제출한 풀리퀘스트 코드를 보면서 그때가 떠올랐다. E는 20살이고, 고등학교 대신 3년을 독학한게 전부고, 그의 교재는 인터넷이다. 경력의 허무함과 신입의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그는 다소 신비한 존재다.

#3

F는 몇해전 회사에 근무했던 직원이다. 그는 특성화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학창 시절부터 게임 해킹에 관심이 있어서 이것 저것 해보다 졸업과 동시에 입사를 했다. 그가 입사할 때 우리 회사의 손코딩 문제는 지금보다 어려웠음에도 그는 잘 풀었다. 선생님과 함께 회사를 왔었던 기억이 난다. 처음에는 서툴렀지만 그나이 사람들이 그렇듯 그는 금방 배웠고 에이스 자리를 꿰찾다. 우리는 그를 여포라 불렀다.

F는 특성화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정규 교육 과정을 통해서 관련 지식을 배운 건 아니었다. 그도 거의 모든 걸 독학으로 배웠는데 특이하게도 그 경로에는 네이버 카페가 있었다. 비슷한 또래의 네이버 카페에서 난다 긴다하는 애들과 경쟁하다 보니 더 빨리 배우게 된 게 아닐까라는 추측을 해본다. 네이버 카페는 조금 재미난 특징이 있는데 모르는 애들끼리 모여서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는거 같은데 그 와중에 집단 지성이 동작해서 뭔가 발전이 일어난다는 점이다. 보통의 다른 커뮤니티나 사이트는 가르치는 사람이 있고 배우는 사람이 있는데 네이버 카페는 모르는 애들끼리 모여서 자기가 알아낸걸 각자 자신만의 방법으로 한마디씩 하다가 짠하고 종국에는 답이 나온다. 보고 있으면 황당하기도 하도 신기하기도 하고 그렇다.

그렇게 배운 F는 지금은 국내에서 이름만대면 아는 유명한 IT 회사에 근무한다.

#4

G는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유일한 컴퓨터 공학 전공자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입사했다. 병역특례를 하지 않았다. 너무 평범한 일반적인 케이스가 아닌가? 그렇다. 다만 그가 입사에 있어 특이했던 점은 게임 보안 솔루션을 만들어서 제출을 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력서에 깃헙 링크를 함께 보냈고 거기엔 그가 만든 동작이 가능한 게임 보안 솔루션이 있었다. 뽑지 않을 이유가 없다. 동작하는 게임 보안 솔루션을 직접 생각해서 다 만들었다니…​

면접 때 그에게 이걸 어떻게 만들었나 물었던 기억이 있다. 그는 자주 했던 게임에서 비슷한 걸 봤고 재밌어 보여서 직접 만들었다고 했다. 동아리나 그런 곳에서 함께 만든 거냐고 물었더니 혼자 만들었다고 했다. 오프에서 이쪽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만나기 힘들어 혼자서 공부했다는 얘기를 덧붙였다. 그는 지방에서 나고 그곳에서 대학을 졸업했다. 그가 만든 작품은 오버워치에 적용된 이후로 제법 업계에서 핫한 기법이었고 나는 몇가지 질문을 더했다. 그리고 이어진 그의 답변. 그 속에는 그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날밤새며 사고실험과 삽질을 했는지가 오롯이 담겨 있었다.

#5

유튜브, 블로그, 책, 국비 지원 교육 과정, 커뮤니티 사이트, 웹사이트, github, 네이버 카페, 대학교, 사고실험, 삽질 등 다양한 경로로 배움의 과정을 거친 이들을 봤다. 경로는 다양했지만 그들은 하나같이 그일을 하기에 차고도 넘칠 정도로 충분한 지식을 기지고 있었다. 물론 그런 실력을 가지기 위해서 그들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어쨌든 한가지는 분명하다 관심과 취향이 맞고 노력이 더해진다면 어떤 경로를 택하든 당신이 원하면 당신은 직업 프로그래머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점이다.

바야흐로 코딩의 시대, 당신이 배우는 단계에 있다면 응당 의문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이 방법이 맞을까? 남들도 이렇게 하는걸까? 이렇게해서 취직할 수 있을까? 어떤 길이든 지속할 수 있다면 틀린 길은 아니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당신의 배움에 건투를 빈다.

우리 때에는 김국현님의 자바 두명 타세요라는 괴담이 난무했다. 요즘은 업그레이드 된 인공지능 괴담이 난무하는 것 같다. 인공지능이 개발자를 모두 대체한다는 얘기 말이다. 하지만 김국현님의 괴담이 그랬듯 너무 겁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인공지능이 언젠간 개발자를 모두 대체하겠지만 그때는 다른 직업도 상당수는 대체되었을테니 사회적으로 뭔가 다른 솔루션이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 시간은 생각보다 오래 걸릴 수 있고,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될지도 모른다. 당신의 미래에도 지금 세대 개발자들이 누린 행운이 조금이나마 함께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