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on 스티브 잡스

@codemaru · April 02, 2006 · 8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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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개봉한 "오만과 편견"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내가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편견에 같혀 산다는 점이었다. 나 또한 그런 사람이었음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스티브 잡스는 빌게이츠와 더불어서 컴퓨터 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중에 한명이다. 난 늘 그를 이인자라고 생각해 왔었다. 그리고 사실 맥을 접해볼 기회도 많지 않았기에 그를 잘 몰랐다. 그러한 나의 편견을 이 책은 뒤집어 놓았다~

이 책은 아이포드와 아이튠즈로 다시 업계에 성공적으로 재기한 스티브 잡스의 일대기를 서술한 책이다. 일종의 위인전이라고 봐도 될만한 내용이다. 그가 컴퓨터 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때 부터 지금까지를 매우 상세히 그리고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이 책의 시작 부분은 정말 멋지게 쓰여져 있다. 왠만한 소설보다 더 감동적이다. 내가 이 책을 사게 된 이유도 전적으로 그런 이유에서 였다. 정말 프롤로그는 감동 그 자체다. 서점에서 그냥 집어서 프롤로그 부분부터 몇페이지를 쭈욱 읽다가 나도 모를 가슴벅참에 구매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감동이 끝까지 이어지진 않는다. 이 책을 사게 된 또다른 이유는 이 책의 표지 디자인이 상당히 맘에 든다는 점이었다. 스티브 잡스의 사진도 나름대로 괜찮아 보였고, 컬러나 디자인도 좋았다. 아래는 책 내용중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쉰 살이 된다는 건' 좀 더 멀리 내다볼 줄 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참을성이 많아지는 건 아니다. 어떤 질문을 받을지 더 잘 알게 될 뿐이다. 내가 원하는 대로 일을 해주는 사람은 세상에 별로 없다. 그러니 일급의 인재들에게 어떤 일을 시키기 전에 내가 좀 더 신중히 생각하는 편이 낫다. 이것은 참을성과는 다른 태도다."

"미안한 말이지만 그게 사실입니다.(기술이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 아이들이 생기면 세상을 달리 보게 되지요. 우리는 나고 자라서 아주 잠깐 동안 지상에 머물다 사라집니다. 이것이 우리의 오랜 운명입니다. 기술은 거의 아무것도 바꾸지 못합니다."

가슴벅찬 내용을 사서 읽는것도 백여 페이지를 넘기는 힘들었다. 내가 아마도 한 호흡에 읽은 책의 분량은 그가 인도 여행을 갔다는 부분 까지일 것이다. 이후 그는 애플을 차리고 성공 가도를 달리기 시작한다. 나이가 들어서 인지 요즘은 그런 남의 성공담을 읽는 것이 그닥 재미없었다.

이 책은 총 세개 부분에서 스티브 잡스의 업적을 나열한다. 컴퓨터 산업(애플2와 매킨토시), 음반 산업(아이포드와 아이튠즈), 그리고 영화 산업(토이스토리, 니모를 찾아서,...)이 그것이다. 사실 컴퓨터 산업과 음반 산업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픽사가 스티브 잡스가 키운 회사라는 것은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물론 키운 회사라고 하기도 좀 그렇다. 내가 봤을때 그에게는 행운이 좀 따랐다고 생각된다. 그는 돈이 있었고, 루카스는 돈이 필요했던 시기에 그가 픽사를 사들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회사에 존 래스터가 있었다는 점.

사실 이 책을 모두 끝까지 읽고 나서도 스티브 잡스에 대해서 좋은 감정을 품기란 쉽지 않다. 책에는 그의 나쁜 습관과 버릇 안좋은 평판을 모두 담고 있다. 그는 자기 중심적이며, 쉽게 거래를 취소하고, 자신의 마음에 들때까지 직원들을 괴롭히고, 자신의 밑에 사람들에게 공로를 돌리는 것에 인색하다.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자기가 받기를 원하는 사람이다. 자신의 의견에 반박하는 것은 퇴사를 의미한다. 이런 성격이 내가 책을 통해서 알게된 정보다.

책을 덮는 순간 내가 한 생각은 저런 사람도 성공할 수 있구나. 하는 것이었다. 기존의 처세술과 성공학 책들이 대부분 잘못되었음을 반증하는 책에 하나로 끼워넣어도 될법한 책이었다.

내가 더욱 경악한 점은 그는 기술자도 아니라는 점이었다. 적어도 빌게이츠는 베이직은 자기 손으로 개발했었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는 말그대로 몽상가다. 그의 뒤에 워즈니악과 같은 엄청난 인물이 있었기에 그가 그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진정 모든걸 다 만든 워즈니악은 그만큼의 보상을 얻지 못했다. 세상은 불공평하다 라는 나의 가치관에 또 한번 손을 들어주는 책이기도 했다.

애플의 사이드 스토리를 듣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는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에게서 뭔가를 배우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별로 권하고 싶지 않은 책이다. 보면 아마 실망만 늘어날 것이다. 양장본에 표지 디자인이 뛰어나고, 프롤로그가 굉장히 감동적이라는 점, 번역의 품질이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는 점을 장점으로 꼽고 싶다. 물론 전체 내용도 지루하지 않고 나름대로 사실에 기반해서 잘 쓰여진 것 같다.

@codem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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