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한 하루...

@codemaru · December 23, 2008 · 4 min read

오늘은 날씨가 무지하게 추웠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이런 날 늘 외근 일정이 잡혀있기 마련이다. 고객사에 들어가서는 이상한 몇 가지 버그 증상을 살피고 원인을 추적하고, 디버깅하는 일들을 했다. 늘 느끼는 일이지만 남의 회사에서 일하는 것은 가시방석 마냥 불편하다. 그나마 우리 제품의 새로운 담당자는 굉장히 온화한 성품이어서 작업하는데 불편함은 없었지만 말이다. 몇 가지 더 처리해야 하는 작업들이 있었지만 회사에 왔을 때는 이미 그런 것을 처리하기에는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 상태였다.

저녁을 먹고는 일찍 퇴근했다. 그런데 회사에서 나오는데 설상가상으로 눈까지 내렸다. 사실 내린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았다. 쏟아졌다, 아니 휘몰아쳤다. 그래서 무지하게 추웠다. 쌩으로 눈을 다 맞고 오는 그 처량함이란...

따뜻한 코코아 한 잔을 마시고 싶었지만 물을 끓이기가 귀찮았다. 구내 식당에서 먹었던 저녁이 부실했던지 배가 고팠다. 데운 소시지, 치즈, 우유를 뱃속에다 집어 넣었다. 씻고 나니 정신이 좀 들었다. 침대에 눕기에 너무 이른 시간. 다른 일을 하기에도 정신이 없었다. 지난 번에 보려고 다운로드 받아 두었던 영화를 틀었다. 단순한 영화를 보고 싶었는데, 유태인이 나오는 전쟁 영화였다. 3~40분을 새우깡과 함께 보다 결국 껐다. 어려웠다.

음악을 틀고는, 읽다만 기욤 뮈소의 "완전한 죽음"이란 책을 집어 들었다. 복잡하지도 않고, 사건의 전개는 나름 재밌었다. 결론이 조금 작위적이긴 했다. 너무 인위적인 반전이었다고 할까? 그래도 나름 교훈도 있고 삶에 대한 진정성을 조금은 담은 괜찮은 소설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당신이 해야 할 일은 거의 없소. 그저 환자의 곁에서 그의 고통과 두려움을 조금씩 가져가 함께 나누는 일이 전부라오. 그들이 찾을 때 곁에 있어 주고, 얘기를 하면 들어주는 일, 그게 바로 함께하는 것이오.

... 완전한 죽음 中

함께 한다는 것에는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항상 우리는 그것을 거창한 것들로 착각해버린다. 그리고 정작 중요한 것은 뒤로한 체 그 거창한 것에만 몰두하는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 그 또는 그녀에게 진정 필요했던 것은 그런 거창한 것보다는 단지 아주 조그만 관심이었을 뿐인데도 말이다.

내일도 힘든 하루가 되겠지.
잠이나 자야겠다.

@codemaru
돌아보니 좋은 날도 있었고, 나쁜 날도 있었다. 그런 나의 모든 소소한 일상과 배움을 기록한다. 여기에 기록된 모든 내용은 한 개인의 관점이고 의견이다. 내가 속한 조직과는 1도 상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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