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머, 전망보고 선택 하진 맙시다~

@codemaru · April 15, 2013 · 9 min read

#0

우리가 지금 빌게이츠를 꿈꾸는 건 중세 시대에 귀족이 되는 것 만큼 어려운 일이다.

알랭 드 보통 아저씨는 말했다.

일반 사용자용 소프트웨어 세계는 철저하게 승자독식으로 돌아가는 세상이다.

이 동영상이 말하지 않는 것.

#1

                       md 0
이보다 더 승자독식인 세상이 있을까?

                       md 1
1위부터 10위 까지가 전체의 70%를 차지하는 세상.

#2

작가와 제빵사의 차이, 투기꾼과 의사의 차이, 사기꾼과 창녀의 차이를 알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조금 더 잘 볼 수 있게 된다. 그것이 추가적인 노동이 전혀 없이도 수입을 열 배, 백 배 늘릴 수 있는 직업과 하나를 더 얻을 때마다 그만큼의(유한한 자원인) 시간과 노력을 또 투입해야 하는 직업 — 다시 말해서 중력에 종속된 직업 — 의 차이다.

– 검은 백조, 나심 탈레브

#3

압정식 사회란 극단화된 승자 독식 사회를 일컫는 말이다. 구성원에 따른 재산이나 소득을 그래프로 그렸을 때 특정 집단 내지는 특정인에게 비정상적으로 편중 현상을 보이게 되면 그 모양이 압정과 유사한 형태를 나타내기에 그렇게 부른다. 양극화의 종착역이라고 할 수 있다. 압정식 사회에서의 평균은 의미가 없다. 한 술집에 술마시는 사람들의 연소득 평균을 계산해서 그 사람들의 소득 계층을 이야기한다고 할 때 그 술집에 빌게이츠 한 명이 들어오면 평균이 전혀 의미가 없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결산 시즌마다 발표되는 회사들의 평균 연봉이 쓰잘때기 없이 높은 것도 이런 이유를 일부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압정식 사회는 좋은 것일까 나쁜 것일까? 소득 그래프를 그려 본 사람들은 백이면 구십구는 좋지 않다고 대답할 것이다. 단 한 사람. 모든 것을 가진 사람만 유일하게 좋은 세상이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달리 생각해 보면 사실 도덕적으로 판단하기는 힘든 무수히 많은 압정식 사회가 존재한다. 나심 탈레브 아저씨가 “검은 백조”에서 이야기했던 극단의 왕국들이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몇 달 전 유튜브 최다 조회수 동영상에 등극했고 지금 조회수가 무려 십억 번을 넘었다. 우리 나라 가수들 뮤비 조회수를 어지간히 합쳐도 강남스타일 조회수를 넘기란 어려워 보인다. 해리포터로 유명해진 조앤 롤링 아줌마도 빠질 수 없다. 해리 포터 시리즈는 무려 4억부 이상이 판매됐는데 이 수치는 우라 나라에서 가장 잘나가는 베스트셀러 작가들의 판매부수를 모두 합쳐도 넘기 힘든 수치다. 우리에게 좀 더 친숙한 소프트웨어 세계는 더 심각하다. 검색 엔진 시장에서 구글의 점유율은 90프로가 넘고 모바일 운영체제에서 안드로이드 점유율은 75프로가 넘는다. 데스크톱 운영체제에서 윈도우의 독주는 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다.

여기까지만 듣고보면 으레 사람들은 원래 세상이 승자 독식이야. 자본주의가 그렇지 뭐. 이런 식으로 반응한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세상도 있다. 제 아무리 뛰어난 청소부도 일반적인 청소부보다 열 배 더 많은 공간을 청소하긴 힘들다.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치과의사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하루에 진료할 수 있는 환자 수에는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다. 검사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조사하는 사건의 개수는 제한된다. 즉 여기서 언급한 분야는 철저하게 중력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본질적인 구조상 압정식 사회가 될 수 없다는 이야기다.

#4

소프트웨어는, 특히나 일반 사용자용 소프트웨어는 철저하게 압정식 사회다. 승자독식,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뛰어드는 모두가 부를 거머쥐는 세상이 아니라 살아남는 단 한 놈이 모두 가져가는 세상이다. 동영상에 나온 것처럼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해서 엄청난 부를 거머쥘 수도 있겠지만, 동시에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도 땡전 한 푼 못 벌고는 쓸쓸하게 퇴장해야 할 수도 있다.

카카오톡을 4명이서 2달 개발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카톡을 유지시키는 데에는 어마어마한 금액이 들어갔다. 창업자가 워낙 펀딩 능력이 뛰어난 분이라 살아 남았지만 진짜 일반 벤처였다면 6달째 기근에 굶주리다 땡전 한 푼 못 벌고는 쓸쓸하게 퇴장해야 했을 수도 있다.

그러니 저런 장밋빛 미래, 또는 앞으로의 수요, 내지는 전망 따위를 보고 직업을 선택하는 우를 범하진 말자. 직업 선택에는 수요와 전망 보다는 자신의 재능과 적성이 훨씬 더 중요하니까 말이다. 특히나 컴퓨터 프로그래머는 생각보다 훨씬 더 재능이나 적성이 중요한 분야다. 빌 게이츠 동영상만 봐도 그렇다. 마크 주커버그 처럼 여동생들이랑 더 재미있게 놀려고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걸 배우는 학생이 몇 명이 될까?

#5

그 누구도 뜨기 전까지는 성공 여부를 예측할 수 없다. 성공한 후에도 왜 떴는지 알 수 없다.

컨텐츠 산업은 그래서 더 어렵다. 소프트웨어 중에서도 게임이 더 어려운 이유.

@codem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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