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속촌 기행

@codemaru · August 06, 2013 · 14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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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전대통령이 맛있다고 해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삼계탕집이 있으니 바로 종로에 있는 토속촌이다. 이 삼계탕집이 얼마나 유명하냐면 일개 삼계탕 집임에도 국세청의 세무조사까지 받았었다. MB가 그렇게 꼼꼼하게 털어주시는 바람에 더 유명해졌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매번 가보자는 말만 하다가 이번 주말에 첨으로 가보게 되었다.

12시에 보기로 했는데 너무 과한 시간이었다. 1시간 늦춰서 한시에 삼계탕 집엘 갔다. 실제로는 더 늦은 시간이었는데도 사람들이 빼곡히 줄을 서 있었다. 헐. 무슨 삼계탕을 줄서서 먹지, 라고 생각했는데 여기까지 왔으니 줄을 일단 서고 봤다. 저 뒤에 주차장까지 한 50미터는 줄을 서 있었다. 그 줄에서 약간 기대를 가졌다. 진짜 맛있나? 이러면서… 그런데 실제로 삼계탕을 받아들고 먹으면서는 맛은 개인의 취향이니 다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을 떠올리면서 ㅋㅋ~

국물은 보통 삼계탕 집보다는 조금 더 진한 수준이었는데 닭이 무슨 돌닭이 나오는 느낌이었다. 단단해도 너.무. 단단했다. 심지어 해체가 잘 안 될 지경, 큭~ 잘 익었음에도 딱딱했다. 그냥저냥 먹을만한 삼계탕이었는데, 줄서서 막 찾아가서 먹고 싶을 정도의 삼계탕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서울에서 가 본 삼계탕 집 중에서는 호수 삼계탕이란 곳이 제일 괜찮았다. 예전에 고등학교 친구가 놀러와서 데리고 간 적이 한 번 있었는데, 이번에도 놀러와서는 그 집에 가자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 시크한 놈이 그런 말을 하기에 어지간히 괜찮았나 보다 라고 속으로 생각만 했다. 멀어서 그냥 족발 사줬는데 족발이 어쩌고 저쩌고 어찌나 궁시렁 되던지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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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서울이 참 사람 살기에 좋은 곳은 아니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가장 주된 이유는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기 때문이다. 잘 싸돌아 뎅기지도 않지만 가끔 어디 나갈 일이 있어서 지하철을 한번씩 타보면 정말 숨이 탁탁 막힌다. 물론 지하철 뿐만이 아니다. 어딜 가나 사람이 토나올 정도로 많다. 그런데 진짜 역설적인 사실은 그렇게 싫어하는 이유 넘버원이 바로 나를 서울에 살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이유라는 점이다. 죄다 서울에 있으니 다른 곳에 있으면 결국 매번 서울로 와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만났던 후배 녀석도 부산에서 사업을 하다 일주일에 서울을 2-3번씩 와야 하는 어처구니 없음에 결국 서울로 왔다.

어쨌든 이렇게 사람 많은 서울도 한가지 장점은 있는데 바로 볼 게 많다는 점이다. 어딜가나 뭐가 많다. 그리고 세미나든 뭐든 죄다 일단 서울은 하고 본다. 그러니 보고 싶은 게 많고 구경하는 거 좋아하는 사람들한테는 참 좋은 곳이기도 하다. 이날도 삼계탕 집에서 나와서는 광화문 쪽으로 가다 대한민국 역사 박물관 이란 곳이 있어서 들어가 보게 되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재밌었다. 다음에 시간 나면 설명할 때 정주행을 한 번 하고 싶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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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추첨하는 뺑뺑이 기계, 실제로 뺑뺑이를 돌렸다는 사실이 조금 충격적이었다.

하기야 후세 아이들은 어떻게 의사 난수 생성 함수로 뺑뺑이를 돌렸지 하면서 웃을지도 모를일이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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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파독 광부의 일기, 1964.11.10 맑음, 하나님은 나를 이러한 곳까지 인도하여 주시었다…

100년 뒤엔 한 프로그래머의 애환이 담긴 일기가 전시될지도, 미리미리 일기 써두자 ㅋ~

전시된 한 파독 광부의 일기는 정말이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날짜며 내용을 한참을 들여다 봤다. 특히나 일기 중앙에 있는 ‘생’과 ‘사’란 글자는 이 일기의 백미였다. ‘생’이란 글자는 빗금 채우기를 했고, ‘사’라는 글자는 빨간색으로 적으면서 이 일기의 작성자의 예술적 감각을 한눈에 알 수 있게 했다. 아마 전시하는 측에서도 그런 글자의 임팩트를 생각해서 이 페이지를 펼쳐둔 게 아닐까라는 막연한 추측을 해봤다. 물론 다른 한편으론 그가 그곳에서 느꼈을 고통, 외로움, 생경함 등으로 얼마나 힘들었을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조금은 씁쓸했다. 이런 분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이제는 이만큼 살 수 있게 된 게 아닐까? 넘겨가며 뒷페이지를 조금 더 들여다보고 싶었으나 전시물이라 이 페이지만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조금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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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교보문고를 가는 길에 세종대왕 동상이 있는 곳에서 무료 가훈 써주기 행사를 하고 있었다. 줄이 길지 않아 우리도 쓰자고 했다. 후배 녀석이 논어에 나오는 한 구절을 고르기에 나도 똑같은 내용으로 골랐다. 한땀한땀 정성스레 화선지에 쓴 글자를 받아드는데 필체가 제법 마음에 들었다. 개발팀 한 귀퉁이에 걸어 놓고는 압박해야 겠다는 생각과 함께…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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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날 후배를 만난 이유는 “코딩호러의 이펙티브 프로그래밍”이란 책을 선물하려는 생각에서였다. 그냥 보내줘도 되지만 만난지도 오래돼서 얼굴이나 볼 겸 만났다. 올해 읽은 책 중에 “코딩호러의 이펙티브 프로그래밍”은 “페르시아 왕자 개발일지”만큼 흥미진진한 책이었다. 지지난주 였나? 주말 저녁에 김재호님께서 올리신 서평을 보고는 12시간을 못참고 강남까지 한달음에 달려가 책을 샀다. 나도 3번 넘게 읽는 책은 “조엘 온 소프트웨어”, “모어 조엘 온 소프트웨어”, “해커와 화가” 였기 때문이라 더 기대가 됐다. 교보문고는 너무 더워서 그 옆 조용한 커피숍에서 그 내용을 들이켰는데 정말이지 감동적이었다. 더러는 평소 생각하는 바와 일치하는 부분이 있어서 반갑기도 했다.

책 내용이 너무 좋아서 개발팀 애들에게 한권씩 돌려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다음날 책을 들고 가서는 한 녀석에게 정말 감동적인 책이었다고 보여줬는데, 그 녀석이 그랬다. 이런 책이 진짜 도움이 돼요? 흠,… 핡~ 아무리 좋은 보석이 있어도 그걸 볼 준비가 돼 있어야 보이는구나 싶었다. 어쩌면 아직 이 친구들에게는 WOW64에서 시스템 리다이렉션이 어떤 부분에서 발생하는지, PEB가 왜 듀얼 구성이 되는지와 같은 테크니컬한 내용을 하나씩 차례차례 설명해 주는 책들이 더 갚어치가 있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주변에 읽을만한 사람들에게 선물해야 겠다고 맘을 바꿨다.

후배 녀석도 책을 한 권 사줬는데, 하루키의 신작 “색채가 없는 다자키 스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였다. 전반부 조금 읽었는데 하루키 소설의 전형적인 도입부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지만 재미는 있다는 생각이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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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녀석이 개발한 프로그램, 에브리싱.

커피 마시면서 녀석이 요즘 개발하는 프로그램 이야기를 들었다. 에브리싱이라는 노래방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는데 사운드 처리하는 부분에서 조금 애를 먹었다고 했다. 도중에 오픈 소스 프로그램을 안드로이드 환경으로 포팅하는 과정에 실패해서 다른 방법을 선택했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 오픈소스가 조금 복잡한 라이센스였는데, 난 오픈소스를 가져다 쓸때는 라이센스 문제를 항상 꼼꼼하게 체크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그 외에도 후배 녀석이 XIGNCODE에 적용하면 좋을만한 여러가지 요즘 트렌드한 내용들을 이야기 해줬다. 난 정말 상상도 못했던 엄청난 이야기들이라 정말 기뻤다.

대학시절 프로그래밍 과제를 한다고 주위 사람들의 소스 코드를 크게 참고한 적은 없었다. 물론 인터넷 소스는 무지하게 참고했다. 간혹 소스 코드를 봐 달라는 이야기를 하는 친구들도 있었는데 그렇게 흥미로운 소스는 없었다. 그러다 한 날 레드 블랙 트리 과제를 하고 있는데, 녀석이 와서는 자기는 벌써 다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잠깐 녀석의 소스 코드를 봤는데 깜짝 놀랐다. 정말 잘 짰기 때문이었다. 처세에는 조금 둔한 친구긴 한데, 그래도 그 프로그래밍 실력만큼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한민국 역사 박물관에서 SM엔터테인먼트에 있는 연예인들이 나오는 스크린이 있었다. 보아가 나오는데 녀석이 그랬다. 우와 보아 이사님이네요. 보아 이사님이라… 우리가 생각하는 NO.1 부르던 꼬꼬마 권보아도 회사라는 조직 속에서 만나면 보아 이사님이 될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보아 이사님이라뉘. 나름 신선한 충격 ㅋ~

@codemaru
돌아보니 좋은 날도 있었고, 나쁜 날도 있었다. 그런 나의 모든 소소한 일상과 배움을 기록한다. 여기에 기록된 모든 내용은 한 개인의 관점이고 의견이다. 내가 속한 조직과는 1도 상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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