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스틱 융프라우요흐

@codemaru · July 05, 2010 · 8 min read

SG107808 

여긴 어디? 탑오브유럽, 3571m 융프라우요흐.

6.19…

날이 밝았다. 아침을 먹자는 P의 이야기에 일어나서 0층 레스토랑에 차려진 아침을 먹었다. 하룻밤에 200chf가 넘는 호텔 치고는 먹을게 부실했다. 시리얼과 이상한 베이컨 구운 것처럼 보이는 걸로 배를 채웠다. 빵은 모두 딱딱했다. 이런 빵을 먹는 유러피언들을 이해할 수 없다. 증말. ㅋ~

아침먹고 잽싸게 융프를 올라가기 위해서 인터라켄 동역으로 향했다. 비가 추적추적 제법 내렸다.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나도 어쩔 수 없이 우산을 들고 나갔다. 날씨는 춥고 비는 내리고 완전 쩔었다. 하지만 융프 외에는 달리 할 게 없었다. 과감하게 13만원짜리 융프 왕복 티켓을 끊었다. 역으로 들어가서는 처음에 P가 그냥 시간표 뒷 페이지를 보면서 자연스레 라우터부넨행 열차를 타는 가닥이 잡히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옆에 한국 사람이 말을 걸어 오더니 형광펜 운운하면서 그란델행을 타는게 맞냐고 물어본다. 그래서 자연스레 우리도 형광펜에 집착하게 되었고 그 일행과 함께 그란델행 열차에 올라탔다. 출발까지는 5분도 남지 않았다. 책을 펼친다. 올라갈 땐 라우터부넨으로 올라가라고 되어있다. P와 나는 광속으로 내려서 라우터부넨행으로 갈아탔다. 역무원이 그란델로 올라가는 곳에 형광펜을 칠해 주는데 그대로 하면 쪼다된다.

라우터부넨으로 올라가서 폭포를 보러 갔다. 가까운 줄 알았는데 제법 멀었다. 폭포는 엄청 컸다. 폭포 속으로 올라 갈 수 있는 길이 있어서 끝까지 올라 갔는데 제법 힘들었다. 디카놀이 좀하다 다시 역으로 돌아왔다. 클라이네 샤이덱을 거쳐 융프로 올라갔다. 올라가는 길은 무지하게 추웠고 흰색 밖에는 보이질 않았다. 도착한 융프는 정말 멋졌다. 밖에는 눈보라가 치는데 안은 쩔게 아늑했다. 바로 무료 컵라면 쿠폰으로 라면을 한사리 하고는 융프에서 밖으로 나가서 눈내리는 곳에서 사진찍고 놀았다. 레알 눈이었다. 순백의 눈 그 자체. 흐린데도 너무 흰색이라 눈이 부셨다.

사진 찍는데 분위기가 업되서 이상한 외국인 아저씨와도 같이 사진을 찍고 이메일을 교환했다. 서로 사진을 보내 주기로 철썩같이 약속을 했는데 그 아저씨 이메일 주소가 너무 어려웠다. 나와서 얼음 궁전을 관람하고는 다른 외부로 연결된 곳으로 가서 또 디카놀이를 했다. 그러다보니 세 시간이 그냥 지났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우체통에다 엽서도 한 장 써서 보냈다. 우왕 굳~

그렇게 진탕 놀다보니 춥기도 춥고, 피곤하기도 피곤했다. 내려오는 길은 그냥 닥치고 자고, 기차타고 내려왔다. 비도오고 해서 하이킹은 접었다.

인터라켄 도착해서 P가 노래를 부르던 치즈 퐁듀를 먹으로 베비스를 다시 찾았다. 치즈 퐁듀는 정말 별로 였다. 치즈에다 빵을 찍어 먹는게 전부였다. 빵, 치즈, 끝. 화가난 우리는 다른 걸 시켜서 추가로 먹었다. 밥을 기대하고 시켰는데 감자가 나왔다. 덴장.

P가 이뿌다던 알바랑 사진 함 찍게 해주려고 아무리 기다려도 알바는 나오질 않았다. 마지노선을 정하고 기다리던 중 드디어 출현. “Execuse me”로 풀링하는데 다른 알바가 덥썩 와버렸다. 그래서 계산해 달라고 하는데 정작 이쁜이는 들어가 버리는게 아닌가. 다시 나왔을 때 안되겠다 싶어서 직접가서 사진 좀 찍자고 이야기했다. 이쁘다고 하니까 엄청 좋아하는 눈치다. 여자들이란 ㅋㅋㅋ… 이로써 P에게 졌던 주당 마을 빚은 갚았다. 언제 마치냐고 물어보려다 오반것 같아서 말았다. 태국에서 왔다는데 P는 태국삘을 좋아하는 것 같다. 

저녁에 P가 쏜데서 봉춤보러 갔다. 풀버전을 봤는데 별 감흥도 없었다. 어제 이야기 했던 우크라이나 아가씨가 다시 온다. 뮤직 페스티벌에 갔냐면서 오늘은 어떠냐고 묻는다. 안갔다고 하니, 왜 안갔냐고 하루종일 호텔에 있었냔다. 융프를 갔다니깐 초큼 놀라는 눈치다. 자기는 아직 안가봤다고 어땠냐고 묻길래. fantastic이라고 대답해줬다. 그러면서 다시 묻는 말, 오늘은 술을 사줄 생각이 있냔다. 난 얻어먹는거라고 돈이 없다고 했더니 이제는 협박을 한다. 니가 안사주면 혼자 쓸쓸하게 술을 마셔야 하는데 괜찮겠냔다. 괜찮다니 알았다고는 돌아간다. 한참을 술을 마시는데 갑자기 다른 우크라이나 여성이 I want  shampagne이라고 외친다. 그러더니 우리한테 와서 계속 샴빠인, 샴빠인 이러는게 아닌가. 말하는건 귀여웠는데 돈 없어서 패스…

라우터부넨으로 올라가라는 이야기가 폭포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내려올 때 봐도 된다고 생각하면 초큼 오산이다. 올라가는데만 2시간 정도 걸린다. 위에서 바로 내려와도 힘들어서 보기가 쉽지 않다. 올라가면서 설레임이 있을 때 보도록 하자. 절대 형광펜 낚시에 걸려들진 말자.

융프라우요흐는 생각보다 엄청 춥다. 사람들이 실내에 있다고 별로 안춥다고 하는데 실내에만 있을거면 별로 그닥 올라가는 보람을 느끼기 힘들다. 눈밭에서 한번 구르고 싶다면 따시게 입고 가도록 하자.

@codem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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