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 미로를 헤매다.

@codemaru · July 18, 2010 · 8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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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알토의 야경. 찍는대로 작품이다.

6.20…

일찍 일어났다. 이탈리아로 건너가는 날이다. 아침을 먹으로 갔는데 어제랑 메뉴가 똑같아 별로 입맛이 나질 않았다. 가볍게 한 접시에 시리얼만 조금 먹고 올라와서 짐을 쌌다. 이상하게 옷 뿐인데도 가방이 자꾸 허전해진다. 뭔가 이상하다.

인터라켄 동역에서 베른행 열차를 탔다. 26chf다. P는 편지를 써서 이쁜이에게 전해 준다고 했는데 베비스 문을 열지 않았다. 편지를 문틈에 끼워놓고 왔다고 한다. 스위스 프랑이 좀 남아서 기념품을 사려고 했는데 마땅한 것이 보이지 않았다. 카우벨 작은 것은 너무 조악했고, 큰 것은 60chf가 넘었다. 베른에 와서는 약간 당황했다. 전에 내린 역과 달랐기 때문이다. 국제선, 국내선이 나뉘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베른에 와서 밀라노행 티켓을 샀다. 97chf나 했다. 사지 않고 lost 드립을 함 더 하려다가 그냥 샀다. 자업자득이라 생각했다. 고생해봐야 담부터 더 잘 챙기지 않을까? ㅋㅋㅋ~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 베른역 지하 상가를 구경했다. 근 2시간 가량 남았다. 점심을 버거킹을 먹자고 하니 P가 다른 걸 먹고 싶다고 했다. 결국 베른역 처음 도착했을 때 먹었던 Suse Grill로 향했다. P는 중국집에서 25chf를 주고 오리 고기와 밥이 나오는 걸, 난 첫 날 먹은 소시지를 먹었다. P는 중국 향신료 때문에 고생하다 결국 고추장을 뿌려서 먹었다. 소시지는 먹을만했다. 밀라노행 열차는 2등석에 탔다. 이번 여행에서 처음 타보는 2등석이다. 1등석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고나 할까? 나는 마주 앉는 창가에 걸렸는데 옆에는 인도 여자, 앞에는 인도계로 보이는 아줌마와 아이. 대각선에는 수염을 잔뜩기른 키아누 리브스를 닮은 아저씨가 앉았다. 그 아저씨는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는 중이다. 반대편 창가에 앉은 여자가 굉장히 아웃스탠딩하다. 맥라이언을 좀 닮은 것 같다. 옆에 아가씨는 남자와 함께 탔는데 남자는 입석인지, 자리에 앉아 있다 뺏기고 밖으로 나간다.

밀라노 내리자마자 표 끊고 베네치아행 열차에 탔다. 이번에는 2등석임에도 자리가 좋다. 베네치아에 도착을 했다. 3일권을 끊으려고 여기 저기 물어 봤으나 아는 사람이 없다. 인포에 물었더니 일요일이라 모두 문을 닫았다며 살 수가 없다고 한다. 2번 버스가 와서 기사에게 물으니 1회권을 1.8유로에 판다고 했다. 두장을 사서 베네치아 Piazzale Roma에 내렸다. 다리를 하나 건너니 산타루치아 역이 나온다. 원래 묵으려고 했던 Ostello 호스텔을 찾아 나섰다. 생각보다 매우 엄청 찾기 힘들었다. 물어물어 겨우 찾았다. 그런데 문을 닫았다. 벨을 눌러도 대답이 없다. 다른 외국인 두 명이 온다. 헤매긴 마찬가지다. 그러다 결국 안에 있는 사람이 이야기를 해줘서 관리인이 나왔다. 다른 외국인 두 명은 예약을 하고 와서 방으로 갔지만 우리는 자리가 없었다. 다른 싼 곳 두 곳 위치를 적어 주었다. 결국 저렴한 25유로 호텔에 묶게 되었다. 싼 것 치고는 괜찮은 편이다. 아줌마가 그렇게 강조하는 private bath room도 나쁘지 않았다.

바로 저녁을 먹으로 나갔다. 책에 있는 Brek으로 향했다. 사람들이 축구를 본다고 난리다. 이런 식의 서비스는 첨 해봐서 어떻게 먹는지를 몰라 물어봤다. 그냥 골라 담은 다음 계산하고 먹으면 된다고 한다. 난 스테이크, 스파게티, 샐러드를 먹었다. 도합 14.5유로 밖에 되지 않는다. 맘에 든다. 맛도 그럭저럭 괜찮았다. 밥먹고 와서 베네치아 탐사를 나섰다. 첨에는 빌라에 들려서 먹을걸 좀 사려고 했다. 그런데 가다보니 문을 닫은 것이 아닌가? 돌아가기 싫어서 반대로 돌자고 했다. 그렇게 몇 번 생각없이 이동하다, 그냥 생각없이 길을 잃었다. 헤매기 시작했다. P의 아이폰에 GPS가 들어왔을 때 우리 위치는 안습이었다. GPS 신공으로 겨우 큰 길로 다시 찾아 나왔다.

술집이 보여서 거기서 맥주를 한 잔 했다. 12시에 문닫는 삘이 나서 나왔다. 문제는 그 때 부터 시작됐다. 아이폰 밧데리가 나가면서 졸지에 산마르코 광장 근처를 헤매게 된 것이다. 허접한 지도 하나, 그래도 대충 방향을 맙춰 움직이기 시작했다. 리알토 다리 근처, 산뽈로 성당, 싼토마 근처에서 물어보고 중간에 온갖 곳을 다 거쳤다. 결국 2시간을 헤매서 3시가 다 되어서야 호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P는 화가 났다. 난 정말 재밌었는데…

내일 그 중국어 배운다는 바텐이 있던 술집을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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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m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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