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의 노래

@codemaru · July 14, 2009 · 4 min read

      md 0  “현의 노래”는 가야금 명인인 우륵의 삶을 조명하고 있다. 우륵이 태어나 살았던 가야의 후반부터 가야가 망하고, 우륵이 신라로 넘어가는 과정 까지를 그리고 있다. 소설 내용은 그닥 지루하진 않은데, 사실 읽고 나면 뭐랄까 조금 허한 그런 느낌이 없잖아 있다.

주요 등장 인물은 우륵과 야로다. 우륵은 가야금의 명인으로 칼이 아닌 문화를 대표하는 인물이라면, 야로라는 대장장이는 무기를 제작하는 사람으로 무를 대표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비슷한 시대를 살아가는 두 사람은 비슷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삶을 살아간다. 우륵이 비교적 순응하는 자세로 삶을 살았다면, 야로는 자신의 입장에서는 주도적인 방식으로 삶을 살아간다. 그 두 사람의 최후는 그들의 선택 만큼이나 확연이 갈라진다.

사실 이런 것들을 떠나서 소설 내용 중에 나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끈 인물은 아라였다. 아라는 가야 왕의 시녀로 왕의 죽음과 함께 순장할 운명에 처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밤을 틈타 도망간다. 소설 내도록 난 그녀가 죽지 않기를 기도했지만, 그녀는 다음 왕의 죽음과 함께 같이 순장된다. 가장 직접적으로 자신의 삶을 선택한 인물이었음에도 세상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았던 셈이다.

쇠는 날에서 완성되는 것이오. 그것은 병장기와 연장이 매한가지요. 날은 한없이 얇아져서, 없음을 지향하는 것이오. 날은 빈 것이오. 그러나 없는 것이 아니라, 있음과 없음의 사이에서 가장 확실히 있는 것이오. 또 그 위태로운 선 위에서 한없이 단단해야 하는 것이오. 날은 쇠의 혼이라 할 수 있오. 그러니 그게 어디 쉬운 일이겠소.



니문아. 봐라, 비어야 울리는구나. 소리란 본래 빈 것이다. 비어 있지만 없는 것이 아니라 확실히 있는 것이다.

– 현의 노래 中

야로도 우륵도 비움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비우는 것은 쉽지 않다. 요즘 나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구절이기도 하다. 욕심이 많은 사람은 쉽게 비우지 못한다. 하지만 진짜는 비우고 나서야 시작되는 법이다.

버리자. 버리자. 욕심을 버리자.

@codemaru
돌아보니 좋은 날도 있었고, 나쁜 날도 있었다. 그런 나의 모든 소소한 일상과 배움을 기록한다. 여기에 기록된 모든 내용은 한 개인의 관점이고 의견이다. 내가 속한 조직과는 1도 상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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