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codemaru · July 10, 2010 · 4 min read

목요일, 어머니께서 간만에 서울에 오셨습니다. 정기적으로 받으시는 CT 촬영이 금욜날이었거든요. 집에 오셔서 저녁을 드시고 집 청소에 여념이 없습니다. 그냥 좀 쉬라고 하셔도 그저 청소를 하십니다. 다음 날 CT 촬영하는 병원을 따라 나섰습니다. 그런데 전날 먹은 삼겹살이 체했는지 속이 영 편치가 않더군요. 병원에 도착해서는 상태가 좀 심했습니다. 앉아 있는데도 식은 땀이 나고 토할 것 같고 그렇더군요. 한마디로 상태가 완전 메롱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본의 아니게 어머니께 짜증을 좀 부렸습니다. 그런데 참 부모라는 것이 무엇인지 체혈에 CT 촬영에 여기저기 주사 바늘을 꽂으시고도 제 걱정만 하시는 겁니다. 겨우겨우 몸을 추스려 어머니 내려가시는 걸 보고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상태가 좀 더 심해졌습니다. 결국 종일 누워서 병원놀이 하고 말았습니다. 그 사이에도 어머니 전화가 몇 통 더 왔습니다. 밥은 먹었는지, 약은 챙겨 먹었는지, 아프지는 않은지 걱정이 많이 되었나 봅니다. 저도 서울, 부산을 자주 다녀서 알지만 젊은 사람도 그 길을 1박 일정으로 다니는 게 쉽지가 않습니다. 몹시 피곤하죠. 게다가 뱅기도 아닌 버스를 타고 내려 가셨으니 (갓뎀 아산병원이 강변역 바로 옆에 있습니다) 피곤이 훨씬 더 하시겠죠. 그런데도 그냥 하나 있는 아들 걱정에 바리바리 전화를 하시는걸 보니 제가 참 불효자란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일원을 주면서도 계산기를 두드리는 게 자식이라면, 자신의 모든 것을 댓가 없이 주면서도 자식 걱정을 하는 게 부모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 같습니다. 오래 전에 인터넷에서 보았던 한 글귀가 떠오르더군요.

살아 계실 때 효도합시다.

옛날에 한 청년이 살았다.

청년은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졌다.

여인은 청년에게 별을 따다 달라고 말했다.

청년은 기꺼히 별을 따다 주었다.

여인은 청년에게 달을 따다 달라고 말했다.

이번에도 청년은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 달을 따다 주었다.

이제 청년이 더 이상 그녀에게 줄 것이 없게 되었을 때,

여인이 말했다.

네 부모님의 심장을 꺼내 와..

많은 고민과 갈등을 했지만 결국 청년은 부모님의 가슴 속에서 심장을 꺼냈다.

청년은 부모님의 심장을 들고 뛰기 시작했다.

오직 그녀와 함께 할 자신의 행복을 생각하며,

달리고 또 달렸다…

청년이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을 때 청년의 손에서 심장이 빠져 나갔다.

언덕을 굴러 내려간 심장을 다시 주워 왔을 때,

상저와 흙투성이가 된 심장이 조용히 말했다.

.

.

.

얘야… 많이 다치지 않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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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m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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