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하거나, 멍청하거나…

@codemaru · July 29, 2010 · 12 min read

#0.

집에서 편하게 영화를 즐기던 중, 갑자기 의자가 뒤로 꽈당하고 넘어졌다. 헐킈. 하마터면 뇌진탕으로 골로 갈 뻔 했다. 보니 의자 다리가 저렇게 부러진게 아닌가. 연결 부위도 아니고 저 다리가 부러진게 참 어이가 없다. 더욱이 내가 그닥 무게가 많이 나가지도 않는데 말이다. 그나마 목 받침이 있어서 뇌진탕은 면했다는… 잠시 에어론체어가 좋다는 소리에 혹 했다가 가격을 보고는 G마켓 최저가로 새 의자를 구입했다. 에어론체어는 정말 가격이 토나왔다. 언젠가는 앉아봐야지 ㅋㅋ~

#1.

지난 번에 신나게 RexTech 그래픽 카드를 씹은 적이 있다. 어떻게 어떻게 설정해서 쓰고 있었는데 ATI 그래픽 카드 드라이버를 업데이트한 다음에는 그것 조차도 여의치가 않았다. 그래서 매번 부팅할 때마다 AMD GPU 클럭 유틸리티로 그래픽 카드 클럭을 고정해서 사용했다. 그러다 오늘 컴터를 켰는데 너무 열받는게 아닌가, 그러다 문득 든 생각. VGA 케이블을 한 번 연결해 보까? (이때까지는 그냥 닥치고 DVI로 사용하고 있었음) 그래서 한 번 연결해 봤는데 아무 문제도 없다. 헐킈… 이 때까지 완번 ㅂㅅ짓 한거구만 ㅋㅋㅋ~

#2.

머리를 깎아야지, 깎아야지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정말 미용실 갈 시간이 없었다. 맨날 늦거나 아니면 약속있거나 이래서 근 2주를 못가다가 오늘 드디어 타이밍을 잡았다. 아무도 없을 미용실을 상상하면서 신나게 집 앞 미용실로 향했다(미용실에서 죽치는 것만큼 시간 아까운 것도 없는 것 같다). 그런데 문 앞에서 좌절을 하고야 말았다. 26일부터 29일까지 휴가란다. 하필 29일까지. 덴장.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뉘… ㅠㅠ~

#3.

베프라 부를만한 고등학교 친구 녀석들이 몇 명 있는데 한 놈이 알 수 없는 번호로 전화했다. 누구세요? 하는데 이 놈이 또 젤 시러하는 ‘누구게?’ 드립을 치는게 아닌가. 한참을 못맞추자 서로 뻘쭘해진 상황. 그러다 이름을 들었는데 헐킈. 그 놈 목소리가 아닌데. 목소리가 너무 부드러워 졌다. 설 때 합창단 한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미안한 마음에 성악해서 목소리가 바낀것 같다면서 그래서 못 알아들었다는 드립을 좀 쳤다. 앨범을 냈다는데 한 장 사줘야 겠다. 10년 넘게 들은 그 목소리를 어떻게 까먹을 수가 있지? 아니 어떻게 목소리가 그렇게 부드럽게 바뀔수가 있지? ㅎㅎ~ 내가 못 알아들은게 아니라 목소리가 바뀐게 확실한 것 같다. 내 생각이지만… ㅋㅋㅋ~

#4.

술자리에서 찜질방에서 고삐리들의 삐리리 현장을 목격한 이야기를 하면서 놀고 있었다. 한참을 그 이야기를 하면서 웃고 떠드는데 한 사람이 나보고 보지도 않은 이야기를 실제처럼 말한다면서 태클을 걸었다. 그려려니 하고 넘겼다. 안봤으면 그런 일이 실제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깐 말이다. 이번에는 다른 술자리. 비슷한 주제가 올라왔는데 여기 사람들은 그런 걸 안해본 사람도 있냐며, 안해본게 멍청한거 아니냐는 분위기다. 여기서는 그런 거를 한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것도 구라고, 그런 것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더구라가 되는 상황이었다. 참 요지경이다. 세상에는 그런 삐리리를 안해본 사람도 엄청 많을 수 있지 않겠는가? 여튼 너무 자신이 본 것, 한 것만 믿지는 말도록 하자.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이 있고, 자신이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도 많으니깐 말이다.

개발자들도 이런 경향이 왕왕 있다. 신입 개발자들한테 그렇게 짜면 쪼다된다는 이야기를 해주면, 자기는 그런 경우를 겪지 않았고 코드가 지금도 자기 PC에서 잘 돌아간다면서 절대로 그 말을 믿지 않는다. 꿀밤을 한 백대쯤 쥐어박아야 겨우 고칠까 말까한다. 똥인지 된장인지 겪어 본 것만 믿는다는 것이다. 세상에 그것만큼 멍청한 것도 없다. 똑똑하다면 남의 말도 조금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오픈 마인드? ㅋㅋ~ 그나저나 혈기 왕성한 나이에, 돈은 없고, 아리따운 여친님은 계시다면 답 딱 나오는거 아닌가? ㅎㅎ~

#5.

#3에 나온 녀석과 다른 녀석 하나가 고등학교 때 맨날 쉬는 시간이면 내 자리로 와서 둘이서 싸웠다. 그 당시 나는 소위 학교에서 스타를 조금 하는 부류에 속했다. 내기를 해서 단 한 번도 져본 적이 없었다. 그 때는 말이다. 지금은 단 한 번도 못 이긴다. 어쨌든 이 놈들은 둘 다 그렇게 잘하지는 않았는데 그 당시에 중수 정도는 되었다. 그런 둘이서 맨날 싸우는 거는 이런 식이었다. “울트라리스크랑 아콘이랑 싸우면 누가 이겨?” 울트라 공격력이 얼마고, 아콘이 얼마고 방어력이 얼마고, 체력이 얼마니깐 뭐가 이긴다는 식으로 상호 반대 입장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나에게 판결을 해달라는 듯이 쳐다보면 나는 항상 뻥찌는 표정을 짓곤 했다. 사실 스타를 하는데 지금도 같은 생각이지만 그 딴 공격력, 1대 1의 상황이 중요한 건 아니니깐 말이다.

개발자 중에도 요론 사람들이 있다. 소위 아주 사소한 문제에 집착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은 아웃풋은 하나도 없고 책을 읽으면 첫 장을 못 넘긴다는 공통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아주 사소한 문법, 아주 사소한 설명 하나에 집착해서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탁상공론을 펼친다. 그러면서 소위 자기가 똑똑하다는 것을 어필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사람치고 제대로된 개발을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개발에 있어서 그들이 집착하는 그런 사소한 것들은 앞서 내 친구들이 집착했던 공격력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좋은 개발을 하려면 그런 게 아니라 전체적인 구조를 이해하고 그것을 구성하는 것에 몰입하는 것이 훨씬 더 좋은 방법이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그렇게 사소한 것에 집착하는 사람치고 그 사소한 것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도 거의 없다는 점이다. 우주인 아키텍터와 더불어 이런 개발자는 제거 0순위다. 사소한 것에 집착하지 말자.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잠깐 조언을 하나 하면 그냥 이해가 되지 않아도 끝까지 쭉 가보는 것이 좋다는 사실이다. 끝을 보면 앞에서 이해가 되지 않았던 부분도 자연스럽게 하나의 고리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두세번 보는 게 좋지 한장을 가지고 하나도 남김없이 다 이해하고 넘어가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참 나쁜 습관이다.

비슷한 풍경이 오락실에서도 흔히 벌어지는데 오락실에서 연결을 하지 않고 항상 1차부터 시작하는 녀석들이 있다. 그런 놈치고 끝판을 보는 녀석은 거의 없다. 과감하게 연결해서 그 상황을 이겨내고 다음 거를 봐야 자연스럽게 실력이 조아진다. 연결안하고 처음부터 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은 딱 첫 판까지만 잘한다는 거다. 물론 1000명 중에 한 두명씩 한번에 끝판을 깨는 기염을 토하는 신들린 아이들이 있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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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maru
돌아보니 좋은 날도 있었고, 나쁜 날도 있었다. 그런 나의 모든 소소한 일상과 배움을 기록한다. 여기에 기록된 모든 내용은 한 개인의 관점이고 의견이다. 내가 속한 조직과는 1도 상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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